음식

스마일 돈까스

달봉선생 2017. 10. 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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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달봉선생입니다.

5월의 한가한 비오는 오후 어느날 출근하는 길이 한산해서 기분 좋았습니다.

4월달즈음에 어떤 여자손님이름으로 예약을 한 가족들이 식사를 하기위해 왔었습니다.
주방일의 특성상 어떤사람들이 왔는지 어떻게 음식을 먹는지 알수는 없지만 서빙을 도와주시는 분들께서 가끔 특이한 손님들이 오면 말씀을 전해주곤 했었습니다.

이 손님이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타지역에서 일하는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딸이  부모님과 늦둥이 동생으로보이는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러 왔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가게가 쉽게 밥을 먹고 오고가고할  금액은 아니였거든요.

그럼 최소한 한달 전 예약을 한거면 얼마나 전부터 가족들에게 대접하고 싶어 준비를 했을까?하는 생각이었죠.

그런 생각들에 빠져있을때 머리위에있는  기계에서 "삐삐삐" 소리와 함께 주문이 적혀 있는 종이가 나왔습니다.

주문내용은 인당 5만원이나하는 코스요리 3개와 로스까스 1개였죠.

뭔가 잘챙겨주고 싶었습니다.

즐거움을 주고싶었고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허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방안에서 하는 일 뿐이었죠.

인연이 있었거나 얼굴을 알지도 못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정도는 알것같았습니다.

실망시키고싶지않았습니다.

어떻게 하지? 라고 10초정도 숨을 고르다 그래 음식에 저의 메세지를 넣어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메세지를 보내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저의 마음을 담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명확히 어떻다 라고 이야기하긴 뭐했지만 저는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웃는 얼굴을 접시에 담아 좋은 추억을 기질 수 있게 해드려야겠다.

생각의 정리가 끝나는대로 저는 냉동실로 달려갔습니다.

직접 손질해서 자르고 만든 수제 돈까스였습니다.

돈까스를 가지고 뜨거운 식용유에 살포시 넣고 다시 빠른 걸음으로 냉장고로가 피클과 만들어 두었던 돈까스 소스를 꺼냈습니다.

돈까스소를 데우기 위해 그릇에 옮겨 전자레인지로 가져가 시간을 설정하고 작동시켰습니다.

그 동안 엄지손가락만한 피클을 하나꺼내 속눈썹처럼 길게 썰었습니다.

그러곤 손질해두었던 야채들을 꺼내 파마한 머리카락처럼 한곳에 모아 소스를 뿌리고 그릇들을 챙겨 전체적인 구도를 잡았습니다.

살짝 고개를 돌려 돈까스가 잘있나 보니 서서히 갈색빛으로 변해가며 아주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익어갔습니다.

잠시후 돈까스가 다 익었습니다.

이제는 예쁘게 썰어 가지런히 담는 것만 남았습니다.

서걱서걱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혹시 덜 익었나 확인을 한번하고 칼과 손사이에 돈까스를 끼워 옮겨 입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접시위에 있는 모습은 파마머리에 웃으며 윙크하는 아저씨의 얼굴이었습니다.

네 바로 접니다. 하하

음식이 완성되고 서빙하시는 분들께는 쑥스러워 웃는 얼굴돈까스라고 재미있게 드시라고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빈접시와 함께 서빙을 도와주시는 분께서 저에게 웃으며 즐겁게 잘드셨다고 전해주더군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돈까스를 드셨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뿌듯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위에 보이는 돈까스 사진에 담겨있는 저의 추억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봉선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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